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이 2025년에만 1만 9천여 개의 게임이 출시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출시되는 게임 대부분이 유저들에게 제대로 노출 조차 되지 못하며 사라지는 경우가 태반인 관계로 개발자들의 시장 진입 문턱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폭발적인 출시량, 그러나 낮아진 관심도
SteamDB의 집계에 따르면 12월 13일 현재 2025년 스팀에 등록된 게임 수는 19,112개로 2024년의 18,559개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스팀 역사상 가장 많은 게임이 출시된 해의 기록을 갱신하는 수치다.
문제는 출시된 게임의 절반 가까이가 유저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뷰 분석 결과 2025년에 출시된 게임 중 리뷰가 전혀 없는 작품은 2,229개로 전년도 1,711개보다 대폭 증가했다. 리뷰가 1~9개에 불과한 게임도 6,377개에서 7,098개로 늘어났다.
반면 리뷰 100개 이상을 받은 게임은 3,096개로 2024년의 3,406개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시장에 쏟아지는 게임의 양은 늘어났지만, 실제로 유저들의 관심을 받는 게임의 수는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팀의 개방적 출시 정책이 낳은 역설
스팀이 개발사들에게 게임 출시의 장벽을 낮춘 개방적 정책은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진입하기 어려웠던 인디 개발자들도 자유롭게 게임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시장에서 주목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마케팅 예산이 부족한 소규모 개발사들이 특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SteamDB 데이터에 따르면 출시된 게임의 20% 정도만이 충분한 유저 활동을 보여 밸브가 트레이딩 카드, 배지 같은 커뮤니티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었다.
AI 생성 게임의 범람도 문제
최근에는 AI로 빠르게 제작된 저퀄리티 시뮬레이터 게임들이 스팀 스토어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AI 딸깍 게임”으로 불리는 이런 작품들이 매주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며 실제 정성들여 만든 게임들을 찾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출시작 과부하에 따른 발견성 개선이 시급
스팀은 위시리스트, 알고리즘 큐, 큐레이터 네트워크 등 다양한 발견 도구를 제공하고 있지만, 게임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런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스토어 노출 알고리즘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외부 마케팅이나 커뮤니티 주도 프로모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이밍 전문 매체 KitGuru는 “스팀이 게임 유통을 민주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의 엄청난 잡음으로 인해 출시 수는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반면, 실제 발견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디 개발자들의 생존 전략
이렇듯 치열해진 스팀 플랫폼의 경쟁 속에서 인디 개발자들은 다각도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커뮤니티 전략과 얼리 액세스, 데모 버전 활용
많은 개발자들이 게임 출시 전부터 커뮤니티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Reddit, Discord 등의 플랫폼에서 개발 과정을 공유하며 잠재 유저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개발 일지, 스케치, 테스트 영상 등 기존 자산을 활용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전략이다.
전체 출시 전 제한된 데모나 얼리 액세스 버전을 Itch.io, Discord 커뮤니티 등에 배포하는 방식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핵심 게임플레이를 사전 검증하고, 유저 피드백을 받아 개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게임 페스티벌과 플랫폼의 마케팅 도구 적극 활용
스팀 넥스트 페스트(Steam Next Fest),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인디크래프트, 비버롹스 등 국내외 인디게임 행사에 참가해 직접 유저를 만나는 전략도 중요해졌다. 이런 행사들은 게이머 반응을 즉각 확인하고, B2B 네트워킹, 퍼블리셔 미팅 기회도 제공한다.
아울러 Steam, Epic Games Store 등 각 플랫폼이 제공하는 마케팅 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도 효율적이다. 위시리스트 캠페인, 개발자 일지, 스트리머 키 배포 등을 통해 무료로 가시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 기관 및 지자체 지원사업을 통한 예산, 인력 확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인디게임 개발지원사업(최대 1.8억 원), 서울경제진흥원의 게임콘텐츠 맞춤형 지원,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인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사업도 개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전국 12곳의 지자체에 분산되어 지역 개발사들의 성장을 돕는 글로벌게임센터를 활용하는 방법도 적극 추천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개발비 지원뿐 아니라 사무실을 포함한 시설 임대, 멘토링, 파트너십, 마케팅, 홍보, 전시회 참가 등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차별화 전략과 플랫폼의 역할 개선이 시급
콘텐츠 측면에서는 틈새 장르에 집중하거나 독특한 아트 스타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전략이 늘고 있다. 스트리머 친화적인 요소를 포함해 Twitch, YouTube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기적 마케팅, 커뮤니티 참여, 전략적 페스티벌 참가가 성공의 핵심”이라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플랫폼의 역할에 대해 “스팀이 더 강력한 필터링 기능과 AI 생성 콘텐츠 태그 시스템 도입 등 스토어 품질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게이머와 개발자 모두에게 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춘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