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게임이 GOTY를 거머쥐다
2025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프랑스 신생 인디게임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하며 게임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단순한 수상을 넘어, 인디게임 개발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시 정의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AAA급 대작들이 즐비한 게임 시장에서 신생 개발사의 데뷔작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9개 부문 수상으로 TGA 최다 수상 기록까지 갱신한 이 작품은, 인디게임이 더 이상 틈새 시장의 실험작이 아니라 게임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작은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큰 성과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대형 퍼블리셔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했다. 출시 3일 만에 100만 장, 12일 만에 200만 장을 판매한 것은 인디게임으로서는 경이로운 수치다. 5월 말 기준 330만 장 이상 판매라는 성과는 많은 인디 개발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메타크리틱 평론가 평점 93점, PS5판 유저 평점 9.6점, PC판 9.7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는 게임의 완성도가 어느 AAA급 타이틀에도 뒤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특히 유저 평점이 평론가 평점과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게임이 마케팅이 아닌 실제 게임성으로 승부했다는 증거다.
독특한 세계관과 스토리
게임의 배경은 ‘균열’이라는 대재앙으로 세계가 산산조각 난 이후의 세계다. 일 년에 한 번씩 페인트리스라는 거대한 존재가 잠에서 깨어나 거석 위에 저주받은 숫자를 적으면, 그 숫자와 나이가 같은 모든 사람이 연기로 변해 사라진다. 해가 지날수록 숫자는 하나씩 줄어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한다.
100에서 시작된 카운트다운이 67년 동안 계속되어 이제 ’33’에 도달했다. 인류 최후의 도시 뤼미에르의 주민들은 매년 원정대를 파견해 페인트리스를 제거하려 했지만,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 이제 33세의 수명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스타브와 그의 동료들로 구성된 ’33 원정대’가 마지막 희망을 품고 불가능한 여정에 나선다.
게임 제목 ‘Clair Obscur’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17세기 유럽에서 중요한 미술 기법으로 자리 잡은 명암법 ‘키아로스쿠로’의 프랑스어 명칭이다. 개발진은 빛과 어둠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세계라는 철학을 타이틀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게임 전반에 걸쳐 상실과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주제로 구현된다.
혁신 가득한 전투 시스템: 턴제와 실시간 액션의 조화
클레르 옵스퀴르가 가장 큰 찬사를 받는 부분은 독창적인 전투 시스템이다. 게임은 턴제 전투가 기반이지만 실시간 액션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전투 중 정확한 타이밍의 타격으로 피해가 증가하고, 공격과 회피, 쳐내기 같은 방어 동작을 실시간으로 수행해야 한다.
게이머는 장비, 능력치, 기술, 캐릭터 시너지 효과를 활용하여 고유한 원정대원 빌드를 구성할 수 있으며, 실시간 회피와 쳐내기, 카운터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다. 원거리 공격 시에는 3인칭 슈팅 게임처럼 자유롭게 조준할 수 있고, 스킬 사용 시에는 퀵타임 이벤트로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
회피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보상이 적고, 패링은 위험하지만 큰 보상을 제공한다. 게이머는 적의 패턴을 배우며 점차 위험한 선택지를 시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투의 재미가 극대화된다. 각 캐릭터마다 고유한 스킬 트리와 전투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파티원 간의 시너지를 활용하는 전략적 재미도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사운드: 벨 에포크의 재현
게임은 벨 에포크 시대 프랑스에서 영감을 받아 세계관을 디자인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프랑스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건축물과 미술 양식이 게임 곳곳에 녹아있어,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하나의 거대한 미술 작품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언리얼 엔진 5로 구현된 그래픽은 실사에 가까운 퀄리티를 자랑하며, 바다, 숲, 사막, 고원 등 다양한 환경이 모두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여기에 가슴 시린 사운드트랙이 더해져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게임 속 몬스터와 보스들은 기괴하지만 혐오스럽지 않고, 오히려 독특한 예술성을 느끼게 한다. 암울한 세계관 속에서도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이 이 게임만의 특징이다.

인디게임 개발의 현실과 도전
인디게임 개발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대형 스튜디오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독창성과 완성도로 승부를 걸었다. 턴제 RPG라는 전통적인 장르에 실시간 액션 요소를 결합한 혁신적인 전투 시스템은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창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해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구현한 것 역시 기술적 도전이었을 것이다. 대형 스튜디오라면 수백 명의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작업을 소규모 팀이 해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개발 프로세스와 명확한 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한국어 로컬라이징에서 보이는 진심
개발진이 한국어 로컬라이징 팀과 스토리, 주제, 캐릭터, 톤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많은 인디게임이 예산 문제로 로컬라이징을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것과 달리,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각 언어권 플레이어들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세심한 접근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인디게임의 중요한 전략이다. PS5, Xbox Series X/S, PC(스팀, 에픽게임즈, 스토브) 등 다양한 플랫폼 동시 출시와 함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세 가지 난이도 옵션 제공도 플레이어를 배려한 설계라 할 수 있다.
예술적 비전과 상업적 성공의 균형
클레르 옵스퀴르는 벨 에포크 시대 프랑스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프랑스 황금기의 건축물과 미술 양식을 게임에 녹여낸 것은 명확한 예술적 비전의 결과물이다. 게임 제목 자체가 르네상스 명암법 ‘키아로스쿠로’의 프랑스어 표현이라는 점에서, 개발진의 문화적 뿌리와 철학이 게임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균열’과 ‘페인트리스’라는 독창적인 설정, 매년 줄어드는 숫자와 함께 사라지는 생명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배경은 상실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균형감각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성공적인 사례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주는 메시지
클레르 옵스퀴르의 성공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첫째, 독창적인 비전이 가장 중요하다. 기존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세계관, 스토리, 게임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턴제 RPG라는 전통적 장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둘째, 완성도에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언리얼 엔진 5를 활용한 압도적인 비주얼, 세밀한 전투 시스템, 각 캐릭터의 고유한 스킬 트리 등 모든 요소에서 완성도를 추구했다. 메타크리틱 93점이라는 점수는 우연이 아니다. 회피와 패링, 실시간 조준, 퀵타임 이벤트 등 액션 요소를 결합하면서도 턴제의 본질을 유지한 것은 혁신이었다. 이는 전통적 장르가 죽은 것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해석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셋째,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이 필요하다. 다양한 플랫폼 동시 출시, 여러 언어 지원, 난이도 옵션 제공 등은 더 많은 플레이어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넷째,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프랑스 문화를 게임에 녹여낸 것이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가 되었다. 한국 인디게임 개발자들도 K-문화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공식 사이트: https://www.expedition33.com/
스토브 페이지: https://store.onstove.com/ko/games/5102
스팀 페이지: https://store.steampowered.com/agecheck/app/1903340/

인디게임의 황금시대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의 성공은 인디게임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더 이상 인디게임은 저예산 실험작이 아니다. 명확한 비전, 독창성,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있다면, 신생 개발사의 첫 작품도 게임 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골든 조이스틱 어워즈 7개 부문, TGA 9개 부문 수상이라는 전례 없는 성과는, 앞으로 더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대형 퍼블리셔의 지원 없이도, 작은 팀이 만든 게임이 세계를 감동시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샌드폴 인터랙티브는 “빛과 어둠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세계”라는 철학을 게임에 담았다. 이는 인디게임 개발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제한된 자원과 끝없는 도전이라는 어둠 속에서도, 창의성과 열정이라는 빛으로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 클레르 옵스퀴르가 증명한 것은 바로 그 가능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