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 어워즈로부터의 33원정대 수상 취소 사건
얼마 전 33원정대의 수상 취소 이슈는 인디 게임 업계에 나름의 큰 파장을 일으켰다. AI 생성 이미지 사용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고, 수상 취소되는 결과에 대해 많은 이들이 AI 사용의 윤리성을 논했고, 일부는 AI를 사용한 창작물을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인디 게임 어워즈 측이 공개한 발표문으로 짐작해보면 어워드 주최 측은 게임 개발에 생성형 AI 사용을 하는 부분에 대해 강경한 규정과 입장을 가지고 있고 그에따라 생성성 AI 아트가 일부 사용된 Clair Obscur: Expedition 33의 수상 자격 박탈은 당연한 결과로 보여진다.
인디의 순수한 열정과 개발에 대한 진심을 칭찬하고 응원하기 위한 인디게임 어워즈의 가치는 분명히 인정할만하지만 본 이슈로 인해 자신의 인디 게임 개발에 생성형 AI를 사용하면서 혹시 모를 일말의 죄책감(?)을 가지는 개발자는 없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인디 게임 개발자들에게 AI는 과연 피해야 할 대상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도구인가? 인디 게임 어워즈 논란 속에서 우리는 정작 중요한 질문을 놓쳐서는 안된다.
구분 불가능한 미래는 이미 왔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사람이 만든 창작물과 AI가 생성한 창작물을 구분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생성형 AI 아트가 톤 앤 매너를 맞추기 어렵다”라고 했지만 이제 구글의 나노바나나 등 많은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생성형 AI 아트를 적극적으로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미 숙련된 눈이 아니면 AI의 구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이것은 AI가 만든 것이다”라는 꼬리표에 집착해야 할까?
예술과 창작의 역사를 돌아보면, 새로운 도구의 등장은 항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진기가 등장했을 때 회화의 종말을 예언했고, 디지털 도구가 등장했을 때 전통 기법의 가치를 논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창작자의 의도와 비전이다.
AI 또한 마찬가지다. 몇 년 후면 “AI를 사용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때 중요한 것은 여전히 게임이 유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경험(몰입감), 스토리텔링(서사), 보다 개인화 된 감동(게임플레이)일 것이다.
인디 개발자가 AI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
인디 게임 개발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현실은 시간과 자본의 절대적 부족이다. 대형 스튜디오는 수십, 수백 명의 인력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게임을 개발한다. 반면 인디 개발자는 혼자 또는 소수의 팀원과 함께, 제한된 예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이미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커서 등을 활용한 코드 작성은 기본이고 컨셉 아트 제작, 배경 일러스트 생성, 음악 작곡, 심지어 모델링까지 AI는 개발의 여러 단계에서 인디 개발자의 시간을 절약해 주고있다.
변화된 현실 속에서 오히려 인디 게임 개발자는 이제 메이저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최근 AI 툴과 기술을 탐색하고 개발에 적용해야 한다.
인디 게임 개발자의 부족한 경험과 제한적인 리소스(시간, 자본, 인력) 안에서 AI를 활용하여 동일한 수준의 결과물을 10분의 1 혹은 100분의 1의 시간으로 도출할 수 있다면, 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그 절약된 시간을 게임의 핵심 플레이 튜닝과 유저의 게임 경험을 위한 네러티브를 고도화 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생성형 AI를 통해 인디가 가장 잘하는 요소를 빛나도록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AI의 발전이 인디 개발자에게 줄 수 있는 무기이자 진짜 가치다.
경쟁력은 도구가 아니라 비전에서 나온다
대형 스튜디오들도 이미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반대로 인디 개발자들이 오히려 도덕적 고민에 빠져 있을 시간과 여유는 없다. 시장은 마케팅으로 이미 고도화되고 점철되어 불공정하다. 개발비 몇 천억이 들어간 AAA 게임들이 늘 염가에 팔리고 있고 그 마저도 구매 후 대부분 플레이 조차 되지 않는 어려운 시장이다.
물론 많은 공산품의 범람 속에서도 장인이 제작한 상품과 명품의 고고한 가치는 중요하며, 순수한 인디가 걸어가고자 하는 장르에 대한 숭고한 도전과 열정은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하며 인디게임어워즈의 그 정신도 이어져 나가기 응원한다.
하지만 게임 개발의 경험이 부족한 인디가 런칭하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자리잡기까지는 여러 번의 제작과 런칭 경험이 필요하다.
AI 사용에는 책임이 따르므로 저작권 문제, 윤리적 고려사항, 그리고 창작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고민이 AI 활용 자체를 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신 어떻게 책임감 있게, 인디는 메이저보다 창의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더 도전적인 시도를 해야한다.
결론: AI를 지혜롭게 활용하여 앞으로 나아가자
33원정대 논란은 안타까운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업계가 AI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기회이기도 하다. 인디 개발자들은 AI를 두려워하거나 터부시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작 도구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역사는 새로운 도구를 거부한 이들이 아니라, 그것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이들을 기억한다. 카메라를 받아들인 화가들이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었듯이, AI를 받아들인 게임 개발자들 또한 그들만의 결과물로 새로운 게임 경험의 가능성을 열어 갈 것이다.
게임 개발은 각자의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경기하는 올림픽이 아니다. 유저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 순간 버려지게 되는 냉혹한 시장이다. 인디 게임 개발자여, AI를 두려워하지 말라. 대신 그것을 당신의 비전을 실현하는 도구로 삼아라. 시간과 자본의 약세를 극복하고, 당신만의 매력있는 장르 게임으로 당신의 팬 층을 모아나갈 그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글: 정무식 교수(가천대학교 게임영상학과 부교수/공학박사)
정무식 교수는?
1994년 트리거소프트 창업 멤버로 출발하여 엔씨소프트 디렉터,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의 사외이사 및 루노소프트의 부사장을 역임한 대한민국 1세대 게임 개발자다. 2003년 글로벌 최초의 인디게임공모전을 기획, 개최한 이후로 국내 인디게임 육성에 오랜 관심과 지원을 이어왔으며, 성남산업진흥원 선임 이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기능성 게임, 게임 리터러시 등의 자문을 맡아 국내 게임 문화 정착과 확산에 앞장서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