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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IS에서 Neva까지…‘플레이하는 수채화’ 제작사 Nomada Studio의 개발 철학

    By Desk2026년 02월 23일5 Mins Read

    GRIS와 Neva로 전 세계 감동시킨 스페인 소규모 개발사의 궤적
    수채화 같은 그래픽, 구조화된 감정선…대사 없이 전하는 서사와 감동

    게임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유저들에게 진한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자리한 소규모 인디게임 개발사 노마다 스튜디오(Nomada Studio)는 두 편의 작품으로 그 질문에 답했다. 2018년 데뷔작 *그리스(GRIS)*와 2024년 두 번째 작품 *네바(Neva)*. 둘 다 대사가 거의 없고, 둘 다 짧고, 둘 다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작별 파티에서 시작된 스튜디오

    노마다 스튜디오의 시작은 한 지인의 작별 파티에서 비롯됐다. 아드리안 쿠에바스(Adrián Cuevas)가 레인보우 식스 시즈 개발을 위해 유비소프트 몬트리올로 잠시 이주하기 전에 열린 파티에서, 로저 멘도사(Roger Mendoza)와 쿠에바스는 일러스트레이터 콘라드 로셋(Conrad Roset)을 만났다.

    로셋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그림을 게임이라는 매체로 표현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고, 두 개발자는 마침 독립 게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아트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세 사람은 즉각 의기투합했다.

    쿠에바스는 당시 IO 인터랙티브, 유비소프트 등 대형 스튜디오에서 거의 7년을 보낸 베테랑 개발자였고, 멘도사 역시 유비소프트 몬트리올에서 6년을 근무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대형 스튜디오의 톱니바퀴 같은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더 개인적이고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원하고 있었다.

    반면 콘라드 로셋은 자라(Zara) 등 광고 업계를 거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전 세계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고 책을 출판하는 등 순수 미술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었다. 게임 개발자와 순수 예술가의 만남. 노마다 스튜디오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스(GRIS), 3년의 개발 끝에 세상을 바꾸다

    첫 작품 GRIS는 약 3년에 걸쳐 개발됐다. Xbox 팀은 *저니(Journey)*와 *오리 앤드 더 블라인드 포레스트(Ori and the Blind Forest)*를 혼합한 경험을 목표로 삼았으며,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실패 상태(fail state)를 완전히 제거했다. 죽음도, 게임오버도 없는 구조는 설계 과정에서 큰 도전이었지만, 덕분에 게임을 거의 접해본 적 없는 사람들도 GRIS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팀 구성 역시 독특했다. 로셋에 따르면 그리스 개발에 참여한 인원의 약 70%가 순수한 게임 업계 출신이 아니었다.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광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였고, 개발 중에는 슬픔의 5단계와 우울이라는 서사적 주제를 다루기 위해 심리학자와도 협업했다. 그 결과 게임플레이 자체가 주인공의 내면 상태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음악은 스페인 밴드 베를린니스트(Berlinist)가 맡았다. 작곡가 마르코 알바노(Marco Albano)는 음악을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게임 디자인의 일부로 접근했는데, 퍼즐 구간에서는 음악이 긴장감에서 여유로운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전환되고, 같은 구역을 다시 방문할 때는 새로운 음악적 요소가 더해지는 방식으로 게임과 음악이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2018년 12월 닌텐도 스위치와 PC로 첫 출시된 GRIS는 이후 iOS, PS4, PS5, Xbox, Android까지 플랫폼을 넓히며 320만 장 이상 판매됐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GRIS를 찾아 플레이했고, 로셋은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들도 GRIS를 즐겼다. 우리는 기존 게임 시장의 타깃을 넓혔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9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도 ‘사회적 영향력(Games for Impact)’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6년 만에 진화해 돌아온 네바(Neva)

    데뷔작의 성공 이후 노마다 스튜디오는 서두르지 않았다. 두 번째 작품 Neva는 2024년 10월에야 세상에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투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GRIS에는 전혀 없던 요소였기에 팬들의 의구심도 있었지만, 팀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쿠에바스는 전투가 서사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알바가 네바를 보호하고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에 전투는 본질적으로 어울렸고, 동시에 GRIS로 게임을 처음 접한 게이머들이 더 심화된 도전과 고전 게임의 문법을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이기도 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었다. 로셋은 Neva의 핵심 아이디어가 팬데믹 시기에 처음 부모가 된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자녀를 돌보면서 동시에 자신을 지켜주던 부모를 이제 자신이 지켜야 하는 상황, 이른바 ‘끼인 세대’의 감정, 그리고 전쟁·경제 붕괴·전염병이 뒤엉킨 세상에 아이를 데려왔다는 두려움이 Neva라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Neva에서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인간 알바가 아니라 늑대 네바다. 게이머는 네바가 어린 새끼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당당한 어른 늑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말 한마디 없이 이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노마다 스튜디오의 방식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Neva는 2024 더 게임 어워드에서 ‘사회적 영향력’ 부문을 수상했다. 이는 GRIS에 이어 노마다 스튜디오가 같은 부문을 두 번 수상한 것으로, 인디 스튜디오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다. THE MAGIC RAIN 평단의 찬사도 이어져 2025 BAFTA 게임 어워드 예술적 성취 부문을 수상했고, 스팀에서는 3,000건 이상의 리뷰 중 94%가 긍정 평가를 남기고 있다.

    말 없이 감동을 전하는 방식, 노마다의 철학

    두 작품 모두 대사가 거의 없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쿠에바스는 대사를 배제한 이유에 대해, 음악·시네마틱·예술적 상징·여백의 조합이 게이머 각자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에 투영할 여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마다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비주얼 철학도 뚜렷하다. 로셋은 게임 업계의 전형적인 비주얼 문법에서 벗어나는 것이 사실 매우 위험한 선택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차별성이 오히려 포화된 게임 시장에서 노마다가 눈에 띄는 이유라고 말했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들이 전 세계에서 고르게 사랑받는 이유로 그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꼽았다. 자연의 아름다움,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시간의 흐름 같은 개념들이 문화와 언어를 초월하는 것처럼, Neva 역시 그런 보편성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퍼블리셔 디볼버 디지털과의 만남 역시 ‘창작의 자유’가 결정적 이유였다. 쿠에바스는 여러 퍼블리셔와 미팅을 가졌지만 디볼버와 유독 잘 맞았다며, 작품에 대한 처우와 창작 자유가 계약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2026년 2월에는 Neva의 유료 DLC ‘네바: 프롤로그(Neva: Prologue)’를 출시하며 팬들과 다시 만났다. 알바와 네바의 첫 만남을 다루는 프리퀄 형식의 이 콘텐츠는 본편보다 높은 난이도와 새로운 지역 3곳, 신규 보스전을 담았다.


    두 편의 작품, 두 차례 더 게임 어워드 수상, 누적 판매 320만 장 이상. 수치만 보면 화려한 성과지만, Nomada Studio는 화려한 규모나 빠른 확장을 택한 개발사가 아니다. 대신 이들은 감정을 설계하는 방식, 색과 음악을 게임 규칙으로 끌어들이는 방식, 그리고 게이머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을 선택했다. GRIS가 개인의 상실과 회복을 색채의 언어로 풀어냈다면, Neva는 관계와 성장이라는 테마를 상호작용의 확장으로 발전시켰다.

    두 작품을 통해 Nomada Studio는 “예술적인 게임은 대중적일 수 없다”는 편견을 넘어섰고, 감성 또한 충분히 산업적 성취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지 아름다운 화면을 만드는 팀이 아니라, 감정을 플레이하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개발사라는 점이다.

    스튜디오 스스로도 “처음부터 우리의 목표는 영감을 주고, 감동을 전하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가진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그 목표는 차근차근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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