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GS 2026, 무료 전시 ‘SELECTED INDIE 80’으로 인디 개발사 80곳 지원
- PAX East·비트서밋처럼 인디를 행사 정체성으로 키우는 전략 고려해야 할 때
게임 전시회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대형 게임사와 플랫폼 기업이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신작을 발표하던 방식만으로는 게임쇼의 존재감을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기업들이 참가 비용과 홍보 효과를 따져 오프라인 참여를 결정하는 가운데, 작지만 개성 있는 인디게임을 발견하고 개발자를 직접 만나는 경험이 게임쇼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변화는 지스타에도 낯설지 않다. 지스타 2026은 크래프톤과 호요버스의 참가 소식이 전해졌지만, 국내 주요 대형사의 참여가 예년보다 부족한 상황에서 준비되고 있다.
조직위원회는 인디 쇼케이스와 타 산업 협업을 올해 전시의 주요 축으로 내세웠다. 이제 질문은 인디게임을 얼마나 많이 모을지가 아니다. 지스타가 인디게임을 중심으로 어떤 성격의 게임쇼가 될 수 있는가다.

시장 성장과 업계 불황이 공존하는 시기
게임업계의 현재를 단순히 ‘불황’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시장 전체의 매출 전망은 여전히 성장세를 가리키지만, 개발 현장에서는 비용 부담과 인력 감축, 프로젝트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뉴주(Newzoo)는 세계 게임 시장 매출이 2025년 2,016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추산하면서도, 주요 플랫폼의 비용 압박과 시장의 여러 변수를 성장 전망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짚었다. 시장이 커지는 것과 개별 개발사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형 게임은 큰 제작비와 긴 개발 기간, 높은 마케팅 비용을 요구한다. 실패했을 때의 부담도 크다. 이런 환경에서 소규모 팀의 실험과 독창성을 앞세운 인디게임은 이용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물론 인디게임이라고 제작과 유통이 쉬운 것은 아니다. 발견 경쟁은 치열하고 자금, 홍보, 해외 진출은 여전히 큰 과제다. 그래서 개발자가 작품을 직접 선보이고 이용자 반응을 살피며, 퍼블리셔와 플랫폼 관계자를 만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인디게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형 게임사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새로운 플레이 경험과 개성 있는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게임쇼가 이런 작품을 발견하는 장소가 된다면, 대형 신작 발표가 적은 해에도 관람객이 현장을 찾을 이유를 만들 수 있다.
도쿄게임쇼도 인디 개발사에 무료 전시 기회 제공
올해 열린 도쿄게임쇼 2026에서도 인디게임 지원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는 현장에 독립 부스를 마련하지 않았고, 소니는 참가했다. 따라서 세 플랫폼사가 모두 불참한 것은 아니지만, 주요 플랫폼사 일부가 현장 부스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인디게임을 위한 별도 무대는 확대됐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SELECTED INDIE 80’이다. 도쿄게임쇼 조직위는 1,500개가 넘는 신청작 가운데 80개 게임을 선정해 무료 전시 기회를 제공했다. 선정작은 현장에서 관람객을 만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디게임 아이디어를 조명하는 ‘SENSE OF WONDER NIGHT’에도 자동으로 참가하게 된다.
주최 측이 참가 공간을 지원하고, 선발과 후속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의 노출 기회를 넓힌 구조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대형 플랫폼사의 참가 여부와 별개로 인디게임을 위한 콘텐츠와 지원 정책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무료 전시 기회는 개발사의 참가 부담을 덜고, 선발 프로그램은 수많은 작품 가운데 주목할 게임을 관람객과 업계에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도쿄게임쇼가 대형 게임사와 인디게임을 함께 아우르는 종합 전시회로서 인디 무대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PAX East와 비트서밋이 보여준 두 가지 방식
미국의 PAX East는 대형 게임과 인디게임을 한 전시장 안에서 함께 만나는 구조를 갖췄다. 공식 전시장 안내는 AAA 신작뿐 아니라 인디 스튜디오를 발견하는 경험을 함께 내세운다. 별도의 ‘PAX Rising Showcase’는 주최 측이 게임을 선정해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인디게임을 한 구역에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큐레이션으로 작품을 발견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일본 교토의 비트서밋(BitSummit)은 인디게임 자체를 행사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공식 사이트는 비트서밋을 인디게임 축제로 소개하며, 개발자와 업계 관계자, 이용자가 인디게임을 중심으로 만나는 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스타가 이들 행사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PAX East는 다양한 게임 문화를 함께 다루고, 비트서밋은 인디게임에 집중한다.
지스타는 국내외 게임사와 바이어, 일반 관람객이 함께 모이는 종합 게임 전시회다. 지스타가 가진 규모와 산업 네트워크를 살리면서 인디게임을 행사의 핵심 콘텐츠로 끌어올리는 고유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
‘인디 쇼케이스’에서 ‘인디게임을 만나러 가는 지스타’로
지스타는 이미 ‘인디 쇼케이스 2.0: 갤럭시’를 운영하며 인디게임 전시를 확대해 왔다. 지스타 2025 쇼케이스는 400부스 규모로 조성됐고, 20개국 80개 개발사가 참여했다. 올해도 디볼버 디지털, 디스코드, 스팀덱(코모도), 유니티 등 글로벌 파트너가 공개됐다. 지스타가 인디게임을 행사 안에 안착시키기 위해 쌓아온 기반이다.
다만 인디 쇼케이스가 제 2전시장 안의 별도 공간으로만 인식된다면 관람객에게는 ‘가 볼 만한 코너’에 머물 수 있다. 작품 수와 부스 규모를 늘리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처음 방문한 관람객도 취향에 맞는 게임을 발견하도록 장르와 플레이 경험에 따라 작품을 소개하고 짧은 체험만으로도 게임의 매력을 알 수 있게 동선을 설계해야 한다.
큐레이션도 중요하다. 참가작을 모아 전시하는 데서 더 나아가 주목할 작품을 선정하고 개발자 설명과 관람객 투표, 시상 프로그램을 연계할 수 있다. 체험한 게임을 온라인에서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작품별 정보와 구매·위시리스트 페이지를 연결하면 현장 경험을 출시 이후의 관심으로 이어갈 수 있다.
개발사의 참가 장벽을 낮추는 일도 필요하다. 지스타는 올해 BTB 네트워크 라운지 부스를 새로 도입하고 참가비를 차등화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부산공동관처럼 지역 개발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여기에 선정작의 부스 비용 지원, 공동 홍보, 해외 바이어와의 사전 미팅 연결, 통역과 상담 지원을 더하면 전시 공간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도쿄게임쇼의 무료 전시 프로그램이 참고가 될 수 있다. 모든 참가사에 무료 부스를 제공하기 어렵더라도 심사를 거쳐 선정한 인디게임에 전시 공간과 홍보를 지원하는 방식은 개발사의 부담을 낮추고 관람객에게는 검증된 작품을 발견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여기에 PAX East의 큐레이션처럼 작품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결합한다면 쇼케이스의 역할도 넓어질 수 있다.
대형사의 참가 여부에 흔들리지 않을 경쟁력
지스타의 인디 중심 전환은 대형사 참가를 포기하자는 제안이 아니다. 대형 신작과 인디게임, 플랫폼과 개발자, 이용자와 업계 관계자가 서로를 발견하는 종합 게임쇼의 강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대형사의 참가 여부에만 행사의 흥행을 의존하면, 해마다 라인업 발표에 따라 지스타의 평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인디게임을 핵심 축으로 키우면 행사의 경쟁력도 다변화할 수 있다. 새로운 게임을 찾아 나서는 이용자와 해외 퍼블리셔, 투자자, 플랫폼 관계자가 현장을 방문할 이유가 생긴다. 국내외 소규모 개발사에는 글로벌 업계와 만날 기회가, 관람객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먼저 경험하는 즐거움이 주어진다.
물론 전시 규모만 키운다고 지스타가 PAX East나 비트서밋처럼 자리 잡는 것은 아니다. 작품의 다양성과 운영의 편의성, 개발자 지원, 행사 이후의 성과가 함께 따라야 한다. 참가사 수를 발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비즈니스 상담과 출시, 이용자 반응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꾸준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형 게임사들이 게임쇼 참가를 선택적으로 검토하는 흐름은 지스타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쿄게임쇼도 플랫폼사 일부가 현장 부스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SELECTED INDIE 80’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스타 역시 인디 쇼케이스를 개발자와 관람객이 먼저 찾는 대표 콘텐츠로 키우고, 부산을 아시아 인디게임의 발견과 교류가 이뤄지는 장소로 만들 수 있다.
대형사 부스가 줄어든 자리를 인디게임으로 채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인디게임을 보러 지스타에 간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지스타는 참가사 명단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새로운 이유를 갖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