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사 사라진 자리, 인디가 장악… 3월 29일까지 다채로운 볼거리
  • 인디게임을 위한 무대 PAX 라이징 쇼케이스, 수백 개 출품작 중 엄선

매년 3월, 보스턴에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전 세계 게이머들은 짐을 꾸려 북동쪽으로 향한다. 화려한 AAA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저물고 화면 한편에서 조용히 빛을 발하는 인디게임들이 마침내 무대의 중심으로 올라서는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수십만 달러의 마케팅 예산도, 대형 스튜디오의 후광도 없이 오직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만들어진 게임들이 PAX East의 전시장 바닥에 자리를 깔고 게이머들을 기다린다.

1인 개발자가 몇 년의 밤을 쏟아부은 픽셀 아트 한 장, 친구들끼리 퇴근 후에 모여 만들어온 로그라이트 한 편… PAX는 그 작고 진지한 꿈들이 세상과 처음 만나는 자리다.

북미 최대 규모의 게임 축제 중 하나인 PAX East 2026이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토머스 M. 메니노 컨벤션 앤 익스히비션 센터(Thomas M. Menino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에서 개최된다.

대형 부스에는 닌텐도, 블룸하우스 게임즈, 더블 파인 프로덕션즈, NIS 아메리카, GIANTS 소프트웨어, 드레드XP 등 굵직한 간판들이 걸렸다. 보드게임 분야에서는 매직: 더 개더링, 다이스 스론, UVS 게임즈의 고질라: 레인 오브 카이주 등이 엑스포 홀 내 아날로그 체험 공간을 꾸렸다.

그러나 행사장 분위기는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다. PAX East 2026 현장을 방문한 업계 관계자는 “펜데믹 이후 트레이드쇼 전반이 예전 같지 않고 록스타·소니·밸브가 행사장을 누비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며 과거 대형 퍼블리셔 중심의 화려한 전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엄선된 인디게임을 위한 무대 PAX 라이징 쇼케이스

이번 행사의 진짜 볼거리는 인디게임 발굴 프로그램 ‘PAX 라이징 쇼케이스(PAX Rising Showcase)’다.

PAX 라이징 쇼케이스는 소규모 인디 개발사에게도 AAA 타이틀과 나란히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매년 수백 건의 게임이 출품되지만 최종 선정작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선발 기준은 장르나 플랫폼에 관계없이 게임플레이·재미·창의성의 세 가지 요소로 PAX 팀이 직접 심사한다.

샨티타운(ShantyTown)

올해 PAX 라이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중 하나는 도시 건설 게임 ‘샨티타운(ShantyTown)’이다. 1인 개발자 에릭 렘펜(Erik Rempen)이 만든 이 게임은 디오라마 스타일의 아늑한 도시 건설 경험을 제공하며, 4월 16일 스팀 정식 출시를 앞두고 PAX 부스(13097번)에서 게임 전체를 플레이할 수 있는 버전을 시연한다.

샨티타운은 지난 2월 스팀 넥스트 페스트 기간 중 3만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데모를 체험하며 위시리스트 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등 출시 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슈퍼 블로우피시 캐슬(Super Blowfish Castle)

개발사 T-LANDER STUDIOS가 물리 엔진을 적극 활용한 퍼즐 플랫포머 ‘슈퍼 블로우피시 캐슬(Super Blowfish Castle)’도 이번 쇼케이스의 주목작이다. 단 하나의 버튼만으로 작은 복어를 성까지 안내하는 이 게임은 100개의 다채로운 레벨에서 타이밍과 반사 신경을 시험하는 힐링 카오스 퍼즐 형식으로 진행된다.

게임은 귀여운 비주얼과 대비되는 도전적인 난이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행사 현장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인디 게임” 중 하나로 꼽히며 긴 대기 줄을 형성하고 있다.

■ 프로젝트 렉사(Project Lexa)

Ward Games가 개발한 SF 언어 퍼즐 어드벤처 ‘프로젝트 렉사(Project Lexa)’도 빠뜨릴 수 없다.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 통신 전문가 렉스 켈자와 그녀의 크루가 외계 문자 언어를 해독해 실종된 식민지의 진실과 귀환 방법을 찾아나가는 스토리 중심 SF 어드벤처 게임이다.

인게임 번역기로 외계 문자를 해석해 새로운 지역을 열고 다섯 명의 크루원과 관계를 쌓아가는 구조가 특징이다. 텍스트 중심의 언어 퍼즐이라는 장르적 희소성 덕분에 현장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디 최대 기대작 ‘버스비 4D’·’데몬 타이즈’도 주목

PAX East 2026 현장에서 인디 팬들 사이에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작품은 ‘버스비 4D(Bubsy 4D)‘데몬 타이(Demon Tides)’ 손꼽힌다.

인디 스튜디오 파브라즈(Fabraz)가 개발 중인 버스비 4D는 시리즈 7번째 작품이자 30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3D 타이틀이다. 현장을 취재한 한 해외 매체는 “전작 데몬 타이즈보다 더 매끄럽고 직관적인 플랫포밍, 더 통일감 있는 아트, 더 유쾌한 개그를 선보이며 오히려 오리지널 IP를 능가할 수도 있다”고 극찬했다.

지난 2월 19일 스팀에 출시된 데몬 타이즈는 24.99달러의 가격에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이후 최고의 3D 플랫포머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00년대 비디오 게임 감성을 담은 화사한 아트 스타일과 역동적인 사운드트랙, 자유로운 이동 시스템으로 호평을 받았다.

출시 직후 압도적인 긍정적 반응에 힘입어 뉴게임 플러스 모드와 랜덤화 모드를 추가하는 1.1 업데이트도 최근 공개됐다.

한국 그라비티, 4년 연속 PAX 참가… 12개 타이틀 전시

한국 게임사도 이번 PAX East 2026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라비티(Gravity Co., Ltd.)가 4년 연속으로 PAX에 참가해 12개 인디 타이틀을 선보인다.

부스를 이끄는 대표 3개 타이틀은 판타지 세계관의 길드 운영 시뮬레이션 ‘갈바테인: 어드벤처러즈 길드(Galvatein: Adventurers’ Guild)’, ‘LIGHT ODYSSEY’, ‘하시레 헤베레케 EX(Hashire Hebereke EX)’다.

PAX East 주말을 맞아 스팀에서 기존에 출시된 타이틀에 대한 40% 할인 행사도 병행 진행한다. 그라비티의 비즈니스팀 리드 박진온은 “북미 현지 게이머들에게 우리가 발굴한 독창적이고 퀄리티 높은 인디 타이틀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그라비티, ‘PAX East 2026’ 참가… 북미 인디 시장 공략 본격화]

무대 밖에서도 풍성한 콘텐츠… 패널·콘서트·오메가톤까지

행사 기간 동안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개발사 IllFonic은 비대칭 스텔스 호러 게임 ‘할로윈(Halloween)’ 패널을 진행하며, 오리지널 1978년 영화의 감독 존 카펜터(John Carpenter)가 온라인으로 참여한다.

콘서트에는 인디 팝 아티스트 mxmtoon과 식스스 스테이션 트리오(Sixth Station Trio)가 출연하며, 레지던트 이블 30주년 기념 코스플레이 모임 등 커뮤니티 이벤트도 이어지는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PAX East 2026은 대형 퍼블리셔의 빈자리를 수백 개의 인디 스튜디오가 묵묵히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한 자리로 거듭났다.

Fabraz처럼 전작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음 도전을 이어가는 팀이 있고, 그라비티처럼 태평양을 건너 자신들이 믿는 게임을 들고 오는 퍼블리셔가 있는 한 보스턴의 봄은 앞으로도 계속 인디게임의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 전시장에서 처음 만난 이름들 가운데 일부는 머지않아 우리가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타이틀이 될지도 모른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그런 기대를 품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내년 PAX East를 기다릴 이유는 충분하다.

PAX East 2026 관련 정보

항목내용
행사명PAX East 2026
주관ReedPop · Penny Arcade
일정2026년 3월 26일(목) ~ 29일(일)
장소토머스 M. 메니노 컨벤션 앤 익스히비션 센터, 보스턴
출품사 규모300개 이상
주요 참가사닌텐도·블룸하우스·더블 파인·NIS 아메리카·그라비티 등
인디 프로그램PAX 라이징 쇼케이스 / PAX 인디 쇼케이스
주요 인디작샨티타운·버스비 4D·갈바테인 등
공식 사이트east.paxsite.com
De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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