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성과가 만든 견고한 발판
2026년 국내 인디게임 산업은 전년도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리자드 스무디의 ‘셰이프 오브 드림즈’가 출시 2주 만에 50만 장 판매를 돌파하며 국내 인디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공은 단순히 한 게임의 성과를 넘어, 2026년 인디게임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인디크래프트에는 292개 작품이 지원하며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했고, 9월 판교에서 열린 전시에는 약 3만 8천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이는 인디게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 스마일게이트, 컴투스홀딩스 등 주요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인디게임 퍼블리싱 참여도 2026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AI 기술이 가져올 게임개발의 패러다임 전환
2026년 인디게임 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AI 기술의 본격적인 도입이다. 정부는 2026년 게임 산업 AI 기술 도입 지원에 75억 원의 신규 예산을 편성했으며, 이는 인디게임 개발사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은 이미 게임 개발의 여러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텍스트나 이미지만으로 3D 모델링을 생성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에는 몇 주씩 걸리던 작업을 불과 몇 시간만의 노력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크래프톤의 자회사 렐루게임즈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단 3명의 개발자가 1개월 만에 역할 시뮬레이션 게임 ‘마법소녀 루루핑’을 개발해 스팀에 출시하는 사례를 보여줬다.
스팀 플랫폼에서는 2025년 출시된 신규 게임의 약 20%가 생성형 AI를 활용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8배 증가한 수치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5~10년 안에 전체 게임의 50% 가량이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개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디게임 개발사들에게 AI 기술 도입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 작업하는 인디 개발사들에게 AI는 개발 시간 단축, 비용 절감, 그리고 더 높은 품질의 콘텐츠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캐릭터 디자인, 배경 제작, 음악 생성, 게임 코드 작성, NPC 대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의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26년은 AI 활용 게임에 대한 저작권과 윤리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각종 게임 시상식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생성형 AI를 활용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인디 게임 어워즈 수상이 박탈되었던 사례는 업계 관계자들의 다양한 찬반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26년 인디게임 개발사들은 AI 기술의 효율성과 저작권 보호, 윤리적 가이드라인 준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합법적이고 윤리적인 AI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정부 예산의 확대와 정책 체계화를 통한 맞춤형 지원 사업
2026년 정부의 인디게임 지원 정책은 양적·질적으로 모두 확대된다. 전체 게임 예산은 1,1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5% 증액됐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전체 콘텐츠 예산은 7,050억 원으로 8.2% 증가했다. 게임 분야는 101억 원이 증액되어 가장 큰 투자 확대가 이루어지는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원 정책의 다각화다. AI 기술 도입 지원 외에도 케이-게임 라키비움 조성에 15억 원이 신규 편성되어 한국 게임 문화의 역사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이는 인디게임을 포함한 한국 게임산업의 정체성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각지에 포진한 총 12개의 글로벌게임센터들은 경쟁적으로 해당 지역 인디게임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확대하고 정책을 체계화 하는 등 지역 균형 발전과 인디게임 생태계 강화에 발벗고 나설 예정이다.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글로벌게임센터는 경기, 충남, 충북, 대전, 경북, 전북, 대구, 광주, 울산, 부산, 전남, 경남 등 12개 지역에 분포해 있다. 각 센터는 지역 특성에 맞는 게임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며 지역 인재 양성, 입주 공간 지원, 게임 제작 및 수출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인디게임 개발 지원 사업은 글로벌게임센터와 연계되어 더욱 강력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창업 3년 미만의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개발 자금, 멘토링, 선도기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국내외 전시회 참가 기회 등을 제공한다.
2025년 스타트업 법인 부문에는 총 154건의 지원서가 접수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선정 기업들은 최대 1.8억 원의 국고지원금(90% 이내)과 자부담금(10% 이상/현금) 편성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등 선도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우수 인디게임 개발팀은 컨설팅 지원, 사업 프로그램 참여 최우선 우대 혜택, 활동 기반 사업화 및 인프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 개별부스 참가비용 전액 지원,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 개최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주요 퍼블리셔들의 인디게임 발굴 경쟁 가속화
2026년 인디게임 생태계에서 주목할 또 다른 변화는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넥슨, 엔씨소프트, 원스토어,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메가존클라우드 등 주요 게임사와 IT 기업들은 단순한 금전 후원을 넘어 실질적인 사업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네오위즈는 ‘스컬’, ‘산나비’ 등의 성공에 이어 1인 개발사 지노게임즈의 ‘안녕서울: 이태원편’의 퍼블리싱을 준비하고 있다. 지구 종말을 앞둔 서울 이태원을 배경으로 한 이 플랫포머 게임은 독창적인 스토리와 뛰어난 게임성을 인정받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를 통해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 ‘섹션13’, ‘갓 세이브 버밍엄’ 등 3종의 프리미엄 인디게임을 선보인다. 스마일게이트는 2025년 7월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인디’를 통해 퍼블리싱 사업에 본격 진출했으며, 2026년에도 다양한 작품을 발굴할 계획이다.
컴투스홀딩스는 이즐의 ‘가이더스 제로’를 퍼블리싱한다. 이 게임은 유려한 픽셀 그래픽과 전략적인 플레이, 철학적인 시나리오로 각종 인디게임 시상식을 휩쓸며 주목받고 있으며, 2026년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한다. 웹젠도 국내 개발사 블랙앵커 스튜디오에 10억 원을 투자하며 인디게임 생태계 조성에 참여하고 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아키텍처 설계, 비용 최적화, 운영 자동화 등 기술 인프라를 지원한다. 유모델러는 대학생 개발자를 대상으로 아카데미용 라이선스를 제공하며 차세대 인디 개발자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스토브 플랫폼을 통해 심의 비용을 지원하는 등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디게임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기존 상업적 게임들이 흥행작을 모방하는 것과 달리, 인디게임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통한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개발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다.
이러한 대중소 기업간 상생의 노력은 2026년에도 지속될 것이며, 인디게임 개발사들이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글로벌시장 진출 가속화
한국 인디게임의 글로벌 진출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사우스포게임즈가 개발한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는 3만5천여 개 이상의 스팀 이용자 평가에서 93%의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며, 출시 1년 만에 한국 인디게임 최초로 누적 판매량 100만 장을 달성했다. 누적 판매량은 200만 장을 훌쩍 넘어선지 오래다.
원더포션의 ‘산나비’는 조선 사이버펑크라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달성했으며, 1만3천여 개의 이용자 리뷰 중 92%의 긍정평가를 받았다. 2024년에는 굿즈 펀딩에서 14억 3,500만 원을 모집하며 상업적 성공까지 거뒀다.
리자드 스무디의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2025년 9월 11일 스팀에 출시된 후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이 급증하며 글로벌 게이머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단 두 명의 개발자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이 성과는 소규모 인디 팀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액셀러레이터를 이끄는 마커스 푼 총괄은 한국 스튜디오들의 강점을 크게 네 가지로 꼽았다. 뛰어난 창의력과 기술력, 음악·퍼즐·RPG 등 다양한 장르에서의 혁신성, 그리고 팀의 역동성이다. 멘토를 담당한 여러 게임 분야 전문가들도 한국 스튜디오들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며 멘토링을 자청할 정도였다.
2025년 인디크래프트는 독일 게임스컴에 부스를 운영하며 69개 선정작을 해외에 홍보했고, 글로벌 퍼블리셔와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26년에도 이러한 해외 진출 지원은 계속될 예정이다.
펄어비스는 빅잼(BIC Indie Global Expansion Marketing) 사업을 4년 연속 후원하며 국내 인디 개발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2025년 태국 게임쇼와 게임스컴 아시아 참가 지원에 이어 2026년에도 다양한 글로벌 전시회 참가를 지원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7년 연속 인디크래프트 후원사로 참여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국내외 게임쇼 참가를 지원하고 있다. 지스타 2025에서는 ‘Startup with NC’ 부스를 9년 연속 운영하며 인디게임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콘솔과 PC 시장 진출 확대, 장르 다변화 모색 활발
2026년 인디게임의 또 다른 트렌드는 콘솔과 PC 멀티플랫폼 전략이다. 모바일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인디게임들은 스팀,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엑스박스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동시 출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콘솔게임 시장 개척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세계 콘솔게임 시장 규모는 591.4억 달러로 시장 점유율 28.4%에 달하지만, 국내 게임산업의 세계 콘솔 플랫폼 점유율은 1.5%에 불과하다. 2026년 정부 지원을 받은 인디게임들이 콘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르 면에서도 다양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로그라이트, 플랫포머, RPG 외에도 시뮬레이션, 전략, 어드벤처, 공포 등 다양한 장르의 인디게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게임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녕서울: 이태원편’처럼 한국의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한 게임, ‘산나비’처럼 한국 문학과 역사를 모티브로 한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6년 K-인디게임의 전망과 풀어야할 숙제들
2026년 국내 인디게임 산업은 AI 기술 혁명, 정부 지원 확대, 대기업과의 상생, 글로벌 진출 가속화라는 네 가지 동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AI 기술 활용에 따른 저작권과 윤리 문제, 해외 게임사와의 경쟁 심화, 수익 모델의 다변화 필요성 등이 그것이다. 또한 소수의 성공작에 집중되는 관심을 어떻게 더 많은 인디게임으로 확산시킬 것인가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유현석 원장직무대행이 강조한 것처럼, 콘텐츠산업은 기술 환경과 글로벌 시장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K-인디게임이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대기업, 개발사, 그리고 게이머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2026년은 한국 인디게임 산업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이루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다.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쥔 인디 개발자들이 어떤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어낼지, 그리고 그것이 게임 산업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