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신생 인디게임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가 야심차게 내놓은 첫 작품이 올 한해 게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2025년 4월 24일 출시된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출시 3일 만에 100만 장, 12일 만에 200만 장을 판매하며 상업적 성공을 거뒀고, 5월 말 기준 330만 장 이상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메타크리틱 평론가 평점 93점으로 2025년 상반기 최고 점수를 기록했으며, 유저 평점도 역대급 수준을 자랑한다. PS5판 9.6점, PC판 9.7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받았는데, 이는 메타크리틱 역사상 최상위 1%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12일 미국 로스 엔젤레스 피콕 시어터에서 열린 더 게임 어워드 2025(이하 TGA 2025)에서는 올해 최고의 게임상(GOTY) 마저 거머쥐었다. 뿐만 아니라 올해의 게임상 외에도 도합 9개의 상을 받으며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TGA 최다 수상작 기록을 갱신했다.
이번 수상으로 33 원정대는 게임 주요 시상식 5개 부문 중 두 곳에서 최고의 게임 상을 차지했다. 지난 11월 열린 골든 조이스틱 어워즈에서도 올해의 게임을 포함해 7개 부문을 석권한 바 있다.
독특한 세계관과 스토리
게임의 배경은 ‘균열’이라는 대재앙으로 세계가 산산조각 난 이후의 세계다. 일 년에 한 번씩 페인트리스라는 거대한 존재가 잠에서 깨어나 거석 위에 저주받은 숫자를 적으면, 그 숫자와 나이가 같은 모든 사람이 연기로 변해 사라진다. 해가 지날수록 숫자는 하나씩 줄어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한다.
100에서 시작된 카운트다운이 67년 동안 계속되어 이제 ’33’에 도달했다. 인류 최후의 도시 뤼미에르의 주민들은 매년 원정대를 파견해 페인트리스를 제거하려 했지만,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 이제 33세의 수명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스타브와 그의 동료들로 구성된 ’33 원정대’가 마지막 희망을 품고 불가능한 여정에 나선다.
게임 제목 ‘Clair Obscur’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17세기 유럽에서 중요한 미술 기법으로 자리 잡은 명암법 ‘키아로스쿠로’의 프랑스어 명칭이다. 개발진은 빛과 어둠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세계라는 철학을 타이틀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게임 전반에 걸쳐 상실과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주제로 구현된다.
혁신 가득한 전투 시스템: 턴제와 실시간 액션의 조화
클레르 옵스퀴르가 가장 큰 찬사를 받는 부분은 독창적인 전투 시스템이다. 게임은 턴제 전투가 기반이지만 실시간 액션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전투 중 정확한 타이밍의 타격으로 피해가 증가하고, 공격과 회피, 쳐내기 같은 방어 동작을 실시간으로 수행해야 한다.
게이머는 장비, 능력치, 기술, 캐릭터 시너지 효과를 활용하여 고유한 원정대원 빌드를 구성할 수 있으며, 실시간 회피와 쳐내기, 카운터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다. 원거리 공격 시에는 3인칭 슈팅 게임처럼 자유롭게 조준할 수 있고, 스킬 사용 시에는 퀵타임 이벤트로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
회피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보상이 적고, 패링은 위험하지만 큰 보상을 제공한다. 게이머는 적의 패턴을 배우며 점차 위험한 선택지를 시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투의 재미가 극대화된다. 각 캐릭터마다 고유한 스킬 트리와 전투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파티원 간의 시너지를 활용하는 전략적 재미도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압도적인 비주얼과 사운드: 벨 에포크의 재현
게임은 벨 에포크 시대 프랑스에서 영감을 받아 세계관을 디자인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프랑스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건축물과 미술 양식이 게임 곳곳에 녹아있어,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하나의 거대한 미술 작품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언리얼 엔진 5로 구현된 그래픽은 실사에 가까운 퀄리티를 자랑하며, 바다, 숲, 사막, 고원 등 다양한 환경이 모두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여기에 가슴 시린 사운드트랙이 더해져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게임 속 몬스터와 보스들은 기괴하지만 혐오스럽지 않고, 오히려 독특한 예술성을 느끼게 한다. 암울한 세계관 속에서도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이 이 게임만의 특징이다.
첫 트레일러 공개 당시부터 실사풍 그래픽과 판타지 아트워크, 종말론적 세계관, 턴제 배틀이 결합된 모습이 일본 RPG를 연상시킨다는 평이 많았다. 출시 후 높은 평가를 받고 흥행에 성공하자, 실시간 액션으로 전환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원정대원들의 인간적인 관계와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페르소나 시리즈를 연상시켜 ‘프랑소나’라는 별명도 얻었다.
플랫폼 및 접근성
게임은 PS5, Xbox Series X/S, PC(스팀, 에픽게임즈, 스토브)로 출시되었으며, 한국어를 공식 지원한다. 개발진은 한국어 로컬라이징 팀과 스토리, 주제, 캐릭터, 톤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여 한국어판에 맞는 톤을 조정했다.
게임은 스토리, 원정대원, 전문가라는 세 가지 난이도 옵션을 제공하여 다양한 게이머층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스토리 모드는 적을 약화시키고 넉넉한 회피 및 패링 타이밍을 제공하여 서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게임을 토대로 영화 제작까지 이어질듯
2025년 1월, 스토리 키친은 샌드폴 인터랙티브와 함께 게임의 실사 각색을 발표했다.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영화화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개발진은 DLC나 차기작보다는 출시된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둔 만큼 후속작이나 세계관 확장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RPG 팬이라면 꼭 한번 해 봐야할 2025년 최고의 작품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2025년 게임계의 가장 큰 서프라이즈다. 신생 개발사의 첫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든 완성도, 독창적인 세계관과 스토리, 혁신적인 전투 시스템, 압도적인 비주얼이 조화를 이루어 올해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상실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게임은, RPG 장르를 사랑하는 모든 게이머들이 반드시 경험해야 할 필수작이다. 턴제 RPG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명작으로, 앞으로도 오랫동안 회자될 게임이 되리라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공식 사이트: https://www.expedition33.com/
스토브 페이지: https://store.onstove.com/ko/games/5102
스팀 페이지: https://store.steampowered.com/agecheck/app/19033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