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애들레이드에 위치한 인디게임 개발사 팀 체리(Team Cherry)는 할로우 나이트, 그리고 실크송 단 두 개의 게임으로 전 세계 게임 업계를 뒤흔든 태풍의 눈으로 도약했다. ‘게이머들이 탐험하고 정복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세계를 만든다’는 이 작은 스튜디오가 가지고 있는 작지만 위대한 인디의 정신을 알아본다.
호주 남부 도시 애들레이드에서 시작된 작은 꿈
팀 체리는 2014년 아리 깁슨(Ari Gibson)과 윌리엄 펠런(William Pellen)에 의해 설립됐다. 현재 팀 체리는 단 세 명의 개발자로 구성되어 있다. 공동 디렉터 아리 깁슨은 과거 메카니컬 애플(Mechanical Apple)이라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운영했으며, 영화, 게임, 뮤직비디오 등 수많은 프로젝트를 작업했다. 또 다른 공동 디렉터 윌리엄 펠런은 지난 수 년간 게임을 디자인하고 제작해왔으며, 스스로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 안에 담아왔다.
팀 체리의 시작 역시 여느 인디 게임 프로젝트의 시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임 개발을 꾸준히 이어오던 윌리엄 펠런이 아리 깁슨에게 자신의 게임 ‘룰란다(Lulanda)’를 보냈고, 이후 게임 잼(Game Jam) 행사를 통해 함께 만난 두 사람은 NES의 전설적인 게임 ‘젤다 2(Zelda 2)’에 대한 공통된 애정을 바탕으로 빠르고 강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킥스타터 캠페인: 작은 꿈에서 시작된 대작
2014년 11월 18일, 팀 체리는 킥스타터에서 호주 달러 35,000달러를 목표로 ‘할로우 나이트(Hollow Knight)’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인디 팀이 그러하듯 팀 체리 역시 제작 초반에는 할로우 나이트를 “2시간 정도 플레이 할 수 있는” 작은 볼륨의 게임으로 계획했으며, 캠페인 시작 며칠 전에는 목표 금액을 5,000달러 낮추는 것까지도 고민했다고 한다.
30일 후, 그들은 2,158명의 후원자로부터 호주 달러 57,138달러를 모았다. 목표의 163%를 달성한 것은 단순한 성공을 넘어 사람들이 팀 체리가 만들고 있는 작품을 기대하고 응원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이 펀딩 성공을 기점으로 팀 체리는 계획 중인 게임의 규모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고, 이후 기술 디렉터 데이비드 카지(David Kazi), 작곡가 크리스토퍼 라킨(Christopher Larkin), 마케팅 및 퍼블리싱 매니저 매튜 그리핀(Matthew Griffin) 등의 멤버까지 고용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게임 제작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아리 깁슨은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제(아리 깁슨)가 이전에 운영하던 애니메이션 사업(메카니컬 애플)이 꽤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좀 있었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의 파트너 또한 건축가로 풀타임으로 일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애들레이드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생활비가 매우 저렴했습니다”라고 팀 체리의 과거를 회상했다.
지금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팀 체리이지만 그들 초창기 개발 과정은 여느 인디 게임 개발자들처럼 결코 쉽지 않았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팀 체리는 할로우 나이트 개발 당시 사무실에 남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개발하고 부모님으로부터 가끔씩 20달러를 받아 생활했다고도 밝혔다.
처녀작 ‘할로우 나이트’, 역사에 남을 성공작으로 데뷔
2017년 2월 24일, 할로우 나이트는 Windows용으로 처음 출시됐으며, Linux와 macOS 버전은 같은 해 4월 11일 출시됐다. 게임은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할로우 나이트 판매량 추이:
- 2017년 11월: 50만 장 돌파
- 2018년 6월 11일: PC 플랫폼에서 100만 장 돌파
- 2018년 6월 12일 닌텐도 스위치 출시 후 2주 만에 25만 장 판매
- 2018년 7월: 총 120만 장 판매
- 2019년 2월: 280만 장 판매
- 2025년 8월 기준: 1,500만 장 이상 판매
애널리틱스 기업 VG 인사이트에 따르면, 할로우 나이트는 누적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는 15달러에 출시되어 거의 10달러 이하로 세일하지 않은 게임타이틀로서는 매우 놀라운 성과다.
참고로 해당 판매량의 수준은 베스트셀러인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즉 메트로이드에서 영감을 받은 인디게임이 닌텐도의 대표 프랜차이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후속작 ‘실크송’ 개발: 6년의 기다림
킥스타터 캠페인의 스트레치 골로 제안됐던 두 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 ‘호넷(Hornet)’은 당초 짧은 DLC로 계획됐다. 하지만 많은 인디 게임 프로젝트가 그러하듯 개발을 지속하며 해당 DLC의 비전이 너무 커지게 되고 이는 결국 완전한 후속작인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Hollow Knight: Silksong)’으로 확장되게 된다.
전작 할로우 나이트는 2019년 2월 처음 발표되었고, 팀 체리는 1,200일 동안 업데이트 없이 침묵을 지켰다. 이 긴 침묵은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밈이 되었고, 팬들을 통해 수많은 추측과 기대를 낳았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리 깁슨은 “우리는 그런 면에서 매우 운이 좋았고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며, 전작 할로우 나이트의 성공과 안정적인 매출 덕분에 차기작 실크송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2025년 9월 4일, 차기작 실크송은 Windows, macOS, Linux, 닌텐도 스위치, 닌텐도 스위치 2, 플레이스테이션 4, 플레이스테이션 5, Xbox Series X/S에 출시됐다.
2025년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의 폭발적인 성공
2025년 초가을에 출시된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은 전작 할로우 나이트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출시 3일 만에 500만 명 이상의 게이머를 확보했으며, 스팀에서만 300만 장 이상을 판매하여 약 5,00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게임디스커버코 뉴스레터에 따르면, 실크송은 출시 2주 만에 420만 장 이상을 판매되었다. 스팀에서 320만 장, 플레이스테이션 4/5와 스위치 1/2에서 각각 50만 장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실크송의 성공이 원작인 할로우 나이트 추가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알리네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차기작 실크송 출시 후 전작 할로우 나이트 역시 3주 연속 주간 20만 장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이미 1,500만 장을 판매된 게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놀라운 기록이다.
게임디스커버코 팀은 “실크송의 성공 공식은 ‘2,000만~3,000만 명의 열광적인 팬 베이스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속편을 즐기게 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여타 신작들의 출시와 맥락을 같이해서 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지적했다.
완벽주의 철학과 변치 않은 커뮤니티 사랑
팀 체리는 2019년 킥스타터 업데이트에서 “실크송은 원래 DLC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규모가 커져서 원작 할로우 나이트의 범위를 벗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넷의 이야기가 원래 킥스타터 스트레치 골로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최소 10호주 달러 이상을 후원한 모든 팬들은 원하는 콘솔에서 실크송을 무료로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보장했다.
2,158명의 초기 후원자에게 전부 무료로 게임을 제공하기로 한 이 약속은 팀 체리가 얼마나 커뮤니티를 소중히 여기는지 그리고 인디 게임 개발자가 로열팬을 관리해나가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이미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스튜디오가 초심을 잃지 않고 초창기 후원자들과의 약속을 지켜 나가는 모습은 인디 게임 업계에서 좋은 모델로 남게 될 것이다.
팀 체리가 남긴 유산, 그리고 앞날에 대한 기대
팀 체리의 이야기는 K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도 그대로 대입할 수 있는 인디 게임계에 가장 멋지고 완벽한 성공 사례다. 단 3명의 핵심 멤버로 출발했던 호주의 작은 스튜디오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넘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한 게임을 만들어낸 것은 게임 개발이 신이 주신 공평한 개인의 재능을 넘어 협업의 시너지, 그리고 노력의 산물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주는 포인트다.
게임 웹사이트 게임란트는 “할로우 나이트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인디 게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는 대형 스튜디오가 보유한 자본력보다 인디가 가진 창의성, 게임성, 그리고 플레이어와의 진정한 소통의 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팀 체리는 전 세계 인디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으며, 명작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규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명확히 증명한 사례이다. 인디의 열정, 기술, 그리고 협업을 바탕으로 메이저를 뛰어넘고 스스로의 개발 철학을 정립하였으며, 나아가 유저와의 진정한 소통으로 유저의 기대에 부흥하는 시대의 작품을 완성해낸 팀 체리의 여정처럼 K인디 개발자들 또한 각자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극복하여 각자의 명작들을 완성해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재 팀 체리의 핵심 멤버는 아리 깁슨, 윌리엄 펠런, 그리고 프로그래머 잭 바인(Jack Vine) 세 명으로, 특정 작업의 아웃소싱 외에는 모든 개발과 의사결정은 여전히 이 세 사람이 담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