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락스타 게임즈의 핵심 개발자였던 오비 베르메이가 GamesHub와의 인터뷰를 통해 AI 기술이 GTA 6를 비롯한 차세대 오픈월드 게임 제작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밝혔다.
개발 비용 70%, 단순 반복 작업에 투입
베르메이에 따르면 현대 AAA 게임 개발 비용의 약 70%는 그래픽 에셋 제작, 리깅, 최적화 같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기술 작업에 투입된다. AI는 이러한 노동 집약적 공정을 자동화함으로써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능형 리깅 및 스킨 작업은 AI가 캐릭터 모델의 외형을 분석해 자동으로 뼈대를 배치하고,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물리적으로 계산해 적용한다. 과거 아티스트들이 정교하게 작업해야 했던 공정이 자동화된 것이다.
LOD 자동 최적화도 혁신적이다. 카메라 거리에 따라 폴리곤 수를 조절하는 작업을 AI가 시각적 손실 없이 수초 만에 처리한다. 3D 모델의 충돌 판정 시 발생하는 데이터 구멍이나 겹침 현상도 AI가 실시간으로 스캔하고 수정해 버그를 최소화한다.
‘움직임의 현실감’ 극대화하는 모션 매칭
GTA 6에서 가장 기대되는 변화는 단순한 그래픽 향상이 아닌 ‘움직임의 현실감’이다. 모션 매칭 기술은 수천 개의 모션 캡처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AI가 현재 캐릭터의 속도, 방향, 지형을 실시간 분석한다.
걷기에서 멈춤으로 전환할 때 미리 짜여진 애니메이션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가장 자연스러운 발의 위치와 무게 중심을 계산해 동작을 실시간으로 합성한다. 캐릭터가 모래, 물, 경사로 같은 다양한 지형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느낌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다.
도시 생태계의 절차적 생성
베르메이는 “모든 골목과 실내를 사람이 직접 만들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본 테마만 설정하면 AI가 수천 개의 건물 내부 가구 배치, 벽지, 소품을 자동으로 생성한다. 이를 통해 GTA 6에서는 이전 작보다 훨씬 많은 건물 내부를 탐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NPC들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각자의 목적지와 사회적 관계를 갖는다. AI는 해변의 군중이 어떻게 흩어지고 모이는지, 교통사고 시 주변 NPC들이 어떻게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지 시뮬레이션한다.
핵심 콘텐츠를 위한 생성형 AI는 신중하게 도입
다만 텍스트나 대화를 실시간 생성하는 AI에 대해서는 락스타와 베르메이 모두 신중한 입장이다. 락스타는 영화 같은 연출을 중시하기 때문에 AI가 무작위로 생성하는 대사가 게임의 톤을 망치고 유저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을 경계한다.
대신 상점 주인과의 사소한 상호작용이나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무의미한 잡담 등에 한해 AI를 제한적으로 활용해 세계관의 풍성함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 대체 아닌 해방”
베르메이는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를 단순 반복 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AI가 리깅과 최적화 등의 반복적인 작업을 빠르게 대신해주는 덕분에 개발자들은 더 재미있는 미션 설계, 연출, 스토리텔링에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되며, GTA 6는 AI의 기술적 효율성과 락스타의 예술적 집착이 만나 탄생하게 되는 역대 가장 밀도 높은 가상 세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